영상시 와 음악이 함께

초대시(詩) / 한용운

❋Clara umma❋ 2010. 5. 27. 03:11
사랑
한용운
봄 물보다 깊으니라
가을 산 보다 높으리라
달보다 빛나리라

돌보다 굳으리라
사랑을 묻는 이 있거든
이대로만 말하리.

 사랑하는 까닭
한용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사랑의 존재 
한용운
사랑을 '사랑'이라고 하면,
벌써 사랑은 아닙니다.
사랑을 이름지을 만한 말이나

글이 어디 있습니까.
미소에 눌려서 괴로운
듯한 장미빛 입술인들
그것을 스칠 수가 있습니까.
눈물의 뒤에 숨어서 슬픔의
흑암면을 반사하는

가을 물결의눈인들 그것을
비출 수가 있습니까.
그림자 없는 구름을 거쳐서,
메아리 없는 절벽을 거쳐서,
마음이 갈 수 없는 바다를
거쳐서 존재? 존재입니다.

그 나라는 국경이 없습니다.
수명은 시간이 아닙니다.
사랑의 존재는 님의 눈과
님의 마음도 알지 못합니다.
사랑의 비밀은 다만 님의
수건에 수놓은 바늘과,
님의 심으신 꽃나무와,
님의 잠과, 시인의 상상과,
그들만이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