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들신부에게 보내는 91살 어머니의 편지
네 아들신부에게 보내는 91살 어머니의 편지
photoby :claraumma
글: 옮겨옴 :임영선 기자
1996년 8월 27일. 일주일 전 사제품을 받은
막내아들 오세민(춘천교구 청호동본당 주임)
신부가 첫 임지인 홍천본당으로 떠나던 날,
어머니 이춘선(마리아, 91)씨는
오 신부 손에 작은 보따리를 들려주며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풀어보라"고 말했다.
오 신부는 그날 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보따리를 풀어봤다.
보따리 안에는 오 신부가 태어난 지 백일 되던 날
입었던 저고리와 세 살 때 입었던 저고리,
그리고 비뚤배뚤한 글씨로 가득한 어머니 편지가 들어있었다.
뜨겁게 사랑하는 사제가 되세요"
사랑하는 막내 신부님!
당신은 원래 이렇게 작은 사람 이었음 을 기억 하십시오.
1996. 8. 27. 옷짐을 꾸리며…. 엄마가"
편지를 읽던 오 신부의 뺨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한국교회 최초의 4형제 신부
(오상철ㆍ상현ㆍ세호ㆍ세민)를 길러낸 이 할머니는 지난 40여 년 동안
네 아들 신부에게 수백 통의 편지를 썼다.
아들신부의 영명축일과 생일이면 어김없이 편지로
축하했고, 아들이 행여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것 같으면 편지를 보내 '참사제'로 살아갈 것을 당부했다.
이 할머니는 요즘도 아들신부들에게 편지를 쓰며
한없는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생일을 맞은 오세민 신부에게
사랑이 듬뿍 담긴 편지를 써 전하기도 했다.
사제 성화의 날(15일)을 앞두고 이 할머니에게 아들신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써달라고 부탁했다.
이 할머니는 편지에서 "성체를 가까이 하면서
겸손하게 사제생활을 하라"고 당부했다.